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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리뷰|무라카미 하루키

레비트리 2024. 12. 15.

1.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2009년 5월 29일 일본에서 출판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3부작. 일본과 한국의 베스트셀러로 히트하였습니다.

 

두 주인공 덴고와 아오마메의 이야기를 번갈아 서술합니다. 소설가 지망생 덴고와 스포츠 트레이너로 일하지만 킬러라는 부업도 가진 아오마메의 관계가 주요 내용으로 둘은 아주 어린 시절 사랑을 맹세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이 성인이 되고 '후카에리'라는 소녀를 중심으로 관련된 사건들이 이어지며 거의 잊힌 두 사람은 점차 서로 다가가게 됩니다.

 

1Q84-표지
1Q84-표지

 

2. 개인적인 감상

스포일러 주의!

소설을 읽을 때 기본적은 욕구는 '재미'입니다. 로맨스, 판타지, 스릴러와 같이 다양한 장르가 파생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몇몇 소설 중에는 '교양이 있는 척'을 하기 위해 재미없음을 꾹 참고 읽어야 할 것만 같은 소설이 있습니다. '1Q84'도 그런 소설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우선 하루키는 하루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찾는 이유는 흡입력과 문장에 있을 겁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니까요. 수려하고 거침없으면서 세밀한 묘사와 사람을 단숨에 설득시키는 문장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쉽게 내려놓지 않게 해줍니다. 

 

1Q84는 대중성을 갖추지 않은 재밌는 영화 같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처럼 해석을 하게 만들죠. 각자의 해석에 정답은 없을지언정 소설을 읽어가면 지울 수 없는 도시의 뉘앙스를 느끼게 됩니다. 비냄새와 습기, 콘크리트의 색깔, 단속적인 자극과 고립감이 연쇄적으로 밀려들어 오게 되죠.

 

뉘앙스를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장치는 등장인물입니다. 등장인물인 아오마메와 덴고는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거의 모든 등장인물에 해당됩니다. 각자의 고독과 결핍은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특수하지만 결코 희소하지 않은 것'으로 가득하죠. 이 요소들은 '리틀피플'로써 의인화되어 주인공들을 해치려 합니다. 주인공들도 이에 가담하듯 자기 자신을 희생하거나 비방하는데 서슴없습니다.

 

 

이렇게 작가는 덴고와 아오마메가 서로의 고독과 결핍을 이해하고 보듬는 과정을 톺아보듯 전달해줍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느린 전개에 책을 덮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견 차갑고 무기질적인 현실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낸 탓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합니다.

 

1권을 읽고 2권, 그리고 3권 즈음에 돼서 비냄새나 콘크리트 빛깔이 옅어짐을 깨달았습니다. 작은 전진마다 제시되는 '사랑'이라는 진부하고 단순한 해결책이 덴고와 아오마메가 만나 고속도로 비상계단을 오르는 순간까지 전달되는데 왜 나 자신의 고독과 결핍도 옅어지는 기분이 들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시작부터 수려한 문장에 덴고와 아오마메의 색깔에 물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독자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치유기입니다. 우리는 충실히 덴고와 아오마메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내가 받았던 사랑의 감정을 떠올려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합니다. 1Q84라는 비정상적인 세상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아끼고 보듬어 살아감으로써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요.

 

 

 

3. 누구에게 추천하는가

  • 수려하고 치밀한 묘사를 좋아하는 사람
  • 세밀한 소설 속 장치를 이용한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
  • 다소 충격적인 소재나 묘사, 판타지적 요소를 좋아하는 사람

복잡한 해석이나 다소 충격적인 소재에 민감하신 분, 그리고 이야기 전개가 느린 것을 싫어하는 분에게는 비추천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공통되게 비슷한 특징을 지니지만 1Q84는 특히 그런 성향이 두드러집니다. 그리고 판타지적 요소가 개입하는 것을 싫어하시는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치밀한 장치와 묘사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단연 추천드립니다. 세밀하게 등장인물들이 과거와 관계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쯤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또한 작가와 지적게임을 하는 듯한 쾌감을 얹고자 하시는 분들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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