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가난한 예술가에서 스타벅스까지
최근 여러 사회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문제 중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접하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젠트리피케이션이 무엇인지, 어떤 원인으로 발생하는지 공부해보겠습니다.
1. 젠트리피케이션이란?
1-1. 정의와 개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본래 낙후된 지역이 재개발 또는 상권 활성화로 인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유입되고, 기존 주민들이 점차 밀려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용어는 1964년 영국 사회학자 루스 글라스(Ruth Glass)가 처음 사용했으며, 당시 런던의 노동자 계층이 중산층의 유입으로 인해 거주지를 떠나는 현상을 지적하며 탄생했습니다.
다만 본래 거주민들이 상승한 지대(地貸)를 감당하지 못하고 쫓겨나는 일은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엄밀히 말해 지역이 개발되어 지대(地貸)가 상승하는 효과를 말합니다.
1-2. 발생 과정 및 부차 현상
젠트리피케이션의 큰 골자는 낙후된 지역이 가치 있는 지역으로 바뀌는 데 있습니다. 주거지역의 경우 낙후된 거주지역이 신축 아파트 단지가 되어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이라 부릅니다. 상권은 수익이 없던 지역이 상업화되는 것을 뜻하며 이를 '상권 젠트리피케이션' 또는 '관광 젠트리피케이션'이라 부릅니다.
여기서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초기단계 : 상권 가치 형성
대게 예술가들이나 특별한 상품을 생산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의해 지역에 개성과 문화가 형성됩니다. 때문에 방문객들의 왕래가 잦아지고 수익이 상승합니다. 동시에 지주(地主)는 임대료를 상승시키기 시작합니다.
2) 중간단계 : 상권 발달
상권이 알려져 발달합니다. 상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프랜차이즈가 조금씩 자리를 잡는 한 편, 지주들은 임대료를 더 크게 높이거나 아예 상인을 내쫓고 자신이 가게를 물려받기도 합니다. 점차 상권을 조성했던 사람들이 아닌 중상층 이상의 사람들로 구성됩니다.
3) 후기단계 : 상권쇠락 및 확산 또는 고착화
초기의 매력을 잃고 상권이 쇠퇴합니다. 방문객들은 실망하여 발걸음을 줄여나가고 오를 대로 오른 임대료로 신규 상가의 유입도 어렵습니다. 위의 결과로 주변지역으로 퍼지는 소상공인도 존재하지만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합니다.
물론 이 과정을 버텨내고 고착화되는 지역(예 : 명동)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이 단계에서 쇠퇴하고 안정적인 프랜차이즈만 유지되거나 주거시설로 대체됩니다.
1-3.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
젠트리피케이션이 어떤 형태로 발생하든 간에 결과는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 원주민이 쫓겨나는 결과로 이어지며 이는
당연히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에 속합니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의 이면에는 긍정적 효과도 존재합니다.
1) 긍정적 영향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인 재개발 또는 상권의 발달은 곧 지역의 발전을 의미합니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문화적 가치가 부여되며, 치안이 안정화됩니다. 향후 대형투자의 유치로 이어져 더 큰 개발을 꿈꿀 수도 있습니다. 이는 당연하게도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이기도 합니다.
또한 상술한 상권의 고착화로 이어질 경우 지역의 전통적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안정적인 지역가치 상승으로 상인, 거주민, 임대료를 받는 지주 모두가 윈윈 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2) 부정적 영향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쫓겨나는 원주민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충분한 보상 없이 쫓겨난다는 점입니다. 주거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은 가난한 지역주민의 난민화를 일으킵니다. 난민화된 원주민들은 마찬가지로 임대료가 낮은 지역으로 몰리게 되며, 이는 타 지역의 슬럼화를 유도하거나 경우에 따라 임대료 상승효과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주거지역이라면 소액의 보상비를 이사비 명목으로 지급해서 그나마 상활이 낫지만, 상권의 경우 임대료 상승을 버티지 못하고 쫓겨나게 됩니다. 이런 요소는 자신이 노력해도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불합리한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지역발전에 공헌하려는 노력을 저해하게 됩니다.
2. 젠트리피케이션의 사례
2-1. 국내 사례
가장 유명한 국내사례는 경리단길입니다. 일찍이 독특한 가게들이 많아 '힙한 감성'으로 유명했던 상권은 임대료 상승으로 쇠퇴하였습니다. 해당 문화를 조성했던 몇몇 상권은 해방촌으로 이동하여 '확장'의 전형적인 예시를 보여줍니다.
또 다른 예시는 성수동입니다. 성수동은 공장과 낡은 건물로 가득했으나, 이를 카페나 갤러리, 스타트업 사무실로 개조하면서 MZ세대에게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현재는 가장 잘 나가는 상권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나, 이것이 고착화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백종원의 멘토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예산시장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백종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이면 진절머리가 난다"라고 말하며 해당 현상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상인들을 대변했습니다.
2-2. 해외 사례
뉴욕의 브루클린은 과거 노동자 계층의 거주지입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공장과 항구 상업 중심지로 변모하더니 1980년대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을 거치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 노동자 계층의 거주민은 자연히 지역을 떠나게 되었고 뉴욕시는 오히려 이를 세수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습니다.
런던의 쇼디치는 본래 런던 동부의 낙후 지였습니다. 저소득층과 이민자의 거주지였던 이곳은 버려진 창고와 공장을 토대로 작업실과 갤리러가 들어서며 인구 유입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날 쇼디치는 스타트업과 IT회사들의 본거지로 자리 잡았으며, 당연하게도 기존 주민들은 재개발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2-3. 왜 계속 문제가 되는가?
젠트리피케이션이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균형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지역은 낙후되고 다시 발전을 꾀하게 됩니다. 지역의 가치가 낮으니 지대가 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역의 가치가 상승하면 지대가 상승하여 지대를 상승시킨 이들이 지역에 머물렀던 '낮은 지대'는 사라지게 됩니다. 이는 지역의 흥망성쇠에 따라 부분적으로 반복해서 일어나고 순환하게 됩니다.
3. 젠트리피케이션의 해결방안
3-1. 해결 사례 1 : 미국 포틀랜드
포틀랜드는 커뮤니티 기반의 주택 소유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내 거주를 유지하도록 지원합니다. 공공 임대주택 비중을 늘리고 소득에 따라 임대료를 결정하는 소득 연계형 임대료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젠트리피케이션을 최소화했습니다. 이는 행정기관의 주거복지정책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을 해소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3-2. 해결 사례 2 : 스페인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임대료 상한제를 통해 상업적 과잉 개발을 억제했습니다. 그리고 소규모 상점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였고 주민들이 직접 지역 개발에 참여해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지역 정체성을 보존했습니다. 물론 이는 임대료 이익을 보지 못한 지주나 규제의 허점을 노린 불법행위를 낳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지역 정체성을 유지하려 노력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3-3. 국내의 경우
국내의 경우 '재도시화'를 해결책으로 꼽습니다. 지역을 재개발 및 개전축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여 아예 리셋시키게 된다면 젠트리피케이션의 주체(건물주, 임차인)를 사라지게 만든 다음 재도시화하여 새로운 주민 유입과 함께 기존 거주민 문제를 반영하는 겁니다.
http://www.areyou.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587
또한 젠트리피케이션을 계속 문제화시키는 균형의 순환도 하나의 해결책입니다. 지역이 쇠퇴하게 되면 지대는 자연히 낮아지게 됩니다. 그건 지역의 몰락인 동시에 다시 지역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이를 통해 기존 지주들과 다시 협상을 하거나 새로운 지역사회 균형을 만들기도 합니다.
법적인 측면으로 현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임대료 인상을 5% 내로 억제하고 계약 갱신 청구권 10년 연장 등 각종 정책적 지원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해소하려 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효과는 미미하며 지역의 흥망성쇠라는 흐름 상 이를 거스를 때의 불만이나 부작용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170716133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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